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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린별 여행 일지

드래곤 에이지) 앤더스 단편 번역 본문

그 외

드래곤 에이지) 앤더스 단편 번역

플러븐 2018. 12. 15. 05:16

Anders Short Story by Jennifer Helper

(원문 링크)


드디어 드에2 엔딩을 보고 삘 받아서 번역함

드에2 공식 홈페이지 내에 앤더스 소개페이지에 있는 단편임

누군가 번역한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못찾아서 그냥 해보아따

드에1 - 어웨이크닝과 드에2 사이의 이야기라는 듯

주로 의역이고, 오역 분명 어딘가에 많이 있음.


영상은 Florence + The Machine의 I'm Not Calling You a Liar 엔딩 크레딧 맨 처음에 나오는 노래인데 앤더스의 노래인가 싶어서 진짜 울뻔했지만.. 의외로 베릭의 테마곡이었다고 한다'-` 그치만 여전히 들을때마다 앤더스가 생각남ㅠ




이 세상의 빛은 이상하다. 매우 노랗고, 너무나도 강렬하다. 빛은 모두 위에서 쏟아져 내려온다. 이제 와서 그게 왜 이상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태양은... 언제나 같은 곳에 있었는데. 난 무엇을 기억하는 거지?


한 단어가 떠올랐다. 영계. 나는 마법사다. 안개와 꿈의 장소에 간 적이 있다. 그래 맞아, 그곳의 빛은 달랐다. 한 부분에서가 아니라 땅과 벽 여러 곳에서 빛을 내뿜었다. 난 그저 잠시 들린 방문자였을 뿐이었는데, 왜 갑자기 그곳이 내 집처럼 느껴지는 걸까?


기억나지 않는 게 더 있을까?


주변의 빛이 밝아지고, 어두워지고, 변하지 않을 때까지 나는 깨어있었다.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자 통증을 없애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한 줌의 마나를 사용했다. 마법이 통하자 두통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다시 생각에 빠진다. 간단한 것부터 해보자. 내 이름. 내 이름은 뭐지?


나는 앤더스.
나는 저스티스.
이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저스티스의 목소리가, 목소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시간이 되었다. 일찍이 겪어본 그 어떤 것보다 극심한 불평등을 넌 내게 보여주었지. 내 도움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부패한 시체의 얼굴로 내게 했던 그 말 말이다.


저스티스가 무엇을 제안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필멸의 영역에서 머물기 위해선 숙주가 필요하다. 아래서부터 썩어가는 시체의 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산 자의 몸이 말이다. 만약 내가 그걸 내준다면, 저스티스는 그가 가진 모든 걸, 그의 모든 것을 주리라. 우리가 함께라면 테다스를 공포가 아닌 정의가 다스리는 세상으로 재건축할 수 있으리라.


마법사 협회가 없는 세상. 템플러 또한 없는 세상. 모든 마법사가 재능을 발휘하는 방법을 익히면서도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 어미가 자식을 숨길 필요도 없고... 이웃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잃을 필요도 없는 세상. 마법이 지금처럼 창조주의 저주가 아닌 선물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세상.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쉽진 않다. 내 삶을 형성해온 건 협회와 템플러였으니까. 그들이 날 잡으러 왔을 때 난 고작 12살이었다. 손목에 쇠사슬이 채워지는 걸 보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지만, 아버지는 끌려가는 내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헛간에 불이 났던 이후로 아버지는 계속 두려워하셨던 거다. 내가 저지를지도 모를 일들이 아니라 나 자체를. 저 위에 앉아계신 창조주께서 뭔지는 모를 엄청난 죄에 대한 벌로 마법을 내리신 거라 그렇게 상상하며 겁을 먹었다.


언제나 나는 굴복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절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에 순응하고 순종적으로 구는 죄인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저스티스를 만나기 전 나는 혼자였다. 탈출 그 이후를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다시 붙잡히기 전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제 그런 생각에 구역질마저 난다. 왜 사람들은 나라면 참을 수 없을 것들과 공존하는 거지? 마법사 협회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데? 그냥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저 누군가 안드라스테의 말을 마법사는 반드시 죄인이어라, 하고 왜곡해버렸기 때문에? 어째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 거지?


"정신을 차린 모양인데." 한 목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누군지 알고 있다. 어떤 회색 감시자의 목소리였다.


"창조주시여, 대체 그 남자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다가오는 건 두 사람으로 다른 쪽은 모르는 이였다.


"그냥 미쳐버렸어. 두 눈이 빛나더니... 시뻘건 피부가 갈라지는데 마치 몸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는 거 같았어. 그리곤 불평등이니 혁명이니 뭐라고 계속 악을 쓰더군. 그 자식을 미친개 패듯이 뭉개버려야겠다 싶었는데 그냥 그대로 기절해버리더라고."


"망할 마법사 놈들."


헐록이 씹다 뱉은 덩어리가 된 기분이긴 했지만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서 최대한 사람 같은 모습으로 그들과 마주했다. 나타난 건 롤란이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템플러들의 코앞에서 나를 모집해갔던 회색 감시자의 자비로움에 치러야 했던 값이었다. 롤란은 다크스폰이 소속 챈트리를 무너트리기 전까지 템플러였고, 감시자에 입회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느꼈다고 했다. 거래가 있었다는 얘길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템플러의 항의가 잦아들었을 때쯤 롤란이 감시자에 합류했고, 그 이후로 우린 계속 같은 임무에 배치받았다. 템플러에서 감시용으로 보낸 게 자명했다.


그러니 나 또한 저스티스의 거래에 응해야 할 이유를 저 남자도 가는 곳마다 지켜보지 않았겠는가.


롤란이 나타났을 때 나는 어휘 선택을 후회했다. 무언가가 내 속을 휘젓는 느낌이 들었다. 산 자의 의식이 여전히 있는 상태면 저스티스가 육체에 자신의 의지를 행사하기 더 어려울까? 무의미한 질문이다. 그의 생각은 내 것이고, 그는 곧 나니까. 이젠 그런 의문이 들었다는 사실조차 확실치 않았다.


롤란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갑옷 가슴에 박힌 하얀 그리폰과 다른 한사람의 장비에 새겨진 불꽃 일렁이는 회색빛 철검의 문양이 시야에서 흐릿해졌다. 롤란이 날 배신했다는 건 명백하고도 또 명백했다.


"어보미네이션을 숨겨줄 순 없다는데 감시자들이 동의했어." 만족스러운 듯이 우쭐거리며 떠는 비음 섞인 목소리를 더는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나를, 아니 우리를 적대하는 템플러를 데리고 왔다. 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려 오던 일이었다.


내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저 상대의 눈에 반사된 모습을 보고 그들의 비명을 들었을 뿐. 팔로 후려갈기자 실버라이트는 부서졌다기보다는 녹은 금속의 소나기처럼 터져나갔다. 검은 녹아서 템플러의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얼굴에 붙은 살점마저 태워버리고 검게 그을린 뼈만 남을 때까지 뜨겁게 화염을 퍼부었다. 숲이 불타고 있다... 텐트도... 주변 모든 것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롤란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그가 마신 리륨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게 롤란을 지켜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질려있다. 방패를 다급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달아나고픈 충동을 간신히 참고 있는듯 했다. 브루드마더와 어보미네이션을 마주하고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던 그였기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무엇이지?"


그가 검을 내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고 나는 그대로 다가오도록 두었다. 그건 그저 철 쪼가리일 뿐이고 필멸자가 아닌 나를 해칠 순 없으니까. 살점 속으로 자루 부분까지 깊숙하게 박혔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그는 포기했다. 뒤돌아서 달아나는 그의 목을 마법 없이 그저 내 손으로 찢어발겼다. 이제 가 무엇이든지 간에 상관없었다. 입안으로 튄 피가 마치 달콤한 와인 같았다. 그 온기가 내 안으로 퍼져나갔다.


그는 나를 증오했고, 죽었다. 나를 두려워했고, 이젠 죽은 사람이다. 나를 사냥하려 했고, 죽은 건 자신이었다.


모두가 그리 죽을 것이다. 우리의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템플러와 수녀가 극한의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며 그 죽음이 우리의 연료가 되리라. 정의를 이루리라. 복수를 하리라.


나는 불현듯 불길에 타오르는 숲속, 발치에 놓인 템플러와 감시자들의 시체 사이에서 혼자가 되었다. 이 자리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수많은 시체가 보였다. 심지어 내가 죽인 것인지도 알지 못했지만, 주변 모든 것들이 그 증거였다. 조금 전 싸움의 후유증이 아니라 찢긴 팔다리와 뜯기고 갉아 먹힌 살점으로 가득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이건 내 친구였던 그 영혼이 아니다. 나 자신이 아니다. 그가 무엇으로 변한 거지? 내가 무엇이 된 거지?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제 회색 감시자들 사이에서 내가 있을 곳은 없다.


어딘가에 날 위한 곳이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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